조명가게 후기 : 이토록 따뜻한 위로와 완벽한 처녀귀신의 탄생(세계관,등장인물,쿠키 해석)

이승과 저승, 경계를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강풀 웹툰 원작 드라마 조명가게에 대한 감상을 정리했어요. 

안녕하세요, 펭귄극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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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나 저곳이나 사람 사는 세상

아주 개인적으로 개 짖는 소리에 괴로워하며 강아지를 쫓아다니는 남자 병진(박정표 배우)이 등장할 때마다 먹먹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어요. 스무 살 생일을 겨우 다섯 달 남기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버린 제 반려견이 떠올랐기 때문이죠. 강아지가 남자를 살리고 있구나, 내 아이가 나를 살리고 있구나! 그리고 <조명가게> 마지막 회에 이르러 남자를 살리던 구조견이 조명가게에서 다시 삶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며 죽음과 이별이 끝은 아니라고 드라마는 얘기하죠.

우리는 살면서 죽음을 통한 이별을 겪게 됩니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죠. 하지만 남겨진 자는 슬픔과 고통, 후회와 회환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어요. 
 
그런데 드라마 <조명가게>는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겪거나 겪을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사후세계에서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 있고, 잊지 않고 남겨진 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이죠. 드라마에선 단 하나, 원영의 조명가게를 보여줬지만 엔딩 장면에선 이런 조명가게가 곳곳에, 아주 가까운 곳에, 동네마다 골목마다 존재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환한 빛을 내어줍니다.
 

경계에 선,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들 

드라마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세계관에 따라 몇 가지 부류로 나뉘는데요, 마지막에 이르러 경계를 허무는 인물이 등장하며 감탄을 하게 만들었어요. 
 
먼저 사후세계를 인지한 망자가 있죠.
대표적으로 조명가게를 지키는 원영(주지훈)인데요. 1970년대 아파트 붕괴사고(와우아파트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고, 당시 조명가게 사장과 거래를 해 어린 딸을 살리는 대가로 조명가게를 지키게 된 인물이죠. 자기처럼 딸을 살리기 위해  조명가게를 찾은 유희(이정은)가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원작 웹툰에는 없는 감동의 서사를 완성해요.

본인이 죽었음을 아는 망자들은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장례를 치르기 전 3일 동안 버스기사(박혁권), 빨간 구두 혜원(김선화), 엄마 유희(이정은)가 손님, 연인, 가족을 위해 이들을 조명가게로 보내려고 합니다. 특히 지영(김설현)은 3일이 되어도 현민(엄태구)이 조명가게에 갈 몸이 되지 못하자 안치실의 문을 열지 못하게 해 장례를 미루는 절박함까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차량 결함을 알고도 운행해 사고를 유발한 버스기사(박혁권)는 망자들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전하며 '상식적인 감동'을 주죠.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진심 어린 사과'를 보고 듣는 게 힘든 세상에선 먹먹한 감동을 줍니다.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있는 산 사람들도 있어요.
이들은 본인들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채 사후세계에 발을 들이는데요. 본인의 상태를 깨닫고 본인의 의지로 조명가게에 가서 '자신의 전구(빛)'를 찾으면 살아나게 됩니다.

버스 사고로 상하체가 뒤틀린 현민(엄태구), 사고 순간 엄마와 연인으로부터 보호받아 외상은 없는 선해(김민하)와 현주(신은수), 발목이 나간 고등학생 지웅(김기해), 다른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친 형사(배성우), 등산 중 실족해 저체온증으로 코마에 빠진 남자(박정표)가 여기에 해당하는데요. 이들은 망자들의 정성으로 빛을 찾고 다시 살아나지만 동성애자인 선해는 켜진 전구를 스스로 깨버림으로써 '사후세계의 망자'에 편입됩니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사람 사는 세상이라면 눈치 볼 필요 없는 이곳에서 연인과의 삶을 선택한 거죠.
 
가장 흥미로운 이들은 이쪽과 저쪽을 넘나드는 사람들이었어요. 
 
사후세계를 기억하는 산 사람
영지(박보영)는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 깨어난 후 중환자실 간호사가 된 인물이에요. 영지의 특별함은 사후세계에서 빛을 찾아 돌아온 사실을 모두 기억한다는 것인데요. 이로 인해, 사후세계를 헤매는 망자를 보고 대화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들의 절박함을 알기에 '본인 의지로 빛을 찾아야 한다'는 중요한 정보를 그들에게 전달해요. 

귀신잡는 저승사자
형사 양성식(배성우) 편에 잠시 등장해 의문을 남긴 짜장면집 사장 김상훈(김대명)은 산 사람들의 세상에 있으면 안 되는 망자(귀신)를 찾아 사후세계로 보내는 일종의 귀신 저승사자인데요. 생전엔 독거노인을 돕거나 형사의 죽음을 몸으로 막는 착한 인물이었죠. 선글라스를 벗고 고양이 눈(뱀 눈)을 하면 망자를 꼼짝 못 하게 하는 능력을(이건 조명가게 사장도 가진 능력이죠) 발휘하는데, '귀신 저승사자' 미션을 살아 돌아온 양형사에게 넘기고 떠납니다. 
 
사후세계로 가길 거부하는 망자, 귀신
이제야 비로소 우리에게 익숙한 귀신이 등장합니다. 이들에겐 기본적으로 한(억울함)이 있죠.
 
여름 교복을 입은 단발머리 여고생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였고, 트럭기사는 아프다는 자신을 외면한 영지(박보영)에게 복수하고 싶어 하죠. 사랑하는 연인(엄태구)이 의식이 없을 때나 깨어났을 때나 지(!!)를 살리기 위해 지극정성 노력한 자신을 기억 못 하는 데다, 기억을 되살릴 유일한 물건인 휴대폰을 한강에 던져버리다니! 저 같아도 한이 남을 것 같은데요. 흰 옷에 긴 생머리의 처녀귀신(김설현)이 달리 존재할까요!

물론 이 귀신들은 귀신잡는 저승사자(김대명, 배성우)에 의해 사후세계로 가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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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배우는 염을 해 말을 하지 못하는데도 모든 대사와 감정이 전달되는 연기력을 보여준 유희 역의 이정은과 슬픔, 차가움, 분노, 무서움까지 처녀귀신의 새로운 모델을 완성한 지영 역의 김설현이었어요. 특히 거구의 연인을 눕혀놓고 상하체를 꿰매는 모습은 슬픔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했는데요, 그 시각적 강렬함의 근원엔 K-걸그룹의 놀라운 안무 실력이 있지 않나 싶을 정도였어요.
 

쿠키: 강풀 유니버스의 희수, 영탁 & 상훈

<조명가게>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고 엔드 크레딧 중에 두 개의 쿠키가 등장하는데요.
 
귀신 저승사자가 된 양성식 형사가 근무하는 경찰서에 한 여고생이 앉아있는데 붕괴 사건이 발생한 정원고 학생이었죠. 다친 데 없냐는 형사의 질문에 "전 안 다쳐요."라고 말하는 학생은 바로 <무빙>의 초능력자 희수(고윤정)였어요. 이로써 강풀 작가의 <무빙>과 <조명가게>가 한 세계관으로 묶이는 짜릿함을 주었죠.
 
양형사는 어느 아파트로 이동해 귀신을 잡으려 하는데요. 이때 건물로 들어가려는 한 청년을 불러 세우는데 그는 손가락을 부딪치며 딱 소리로(핑거 스냅) 시간을 멈추는 강풀 작가 웹툰 [타이밍]의 시간 능력자 김영탁이에요. [어게인], [브릿지]에도 등장하는 인물로 강풀 유니버스의 진짜 주인공격인 인물이에요. 영탁은 드라마 <무빙> 16화에서 정원고에서 전학 가려는 학생으로 깜짝 등장했죠. <무빙>에선 손만 등장했는데 <조명가게>에서 배우 박정민이 김영탁으로 출연해 다음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올렸어요!
 
<조명가게>에서 다른 작품을 연결하는 강풀 유니버스는 사실 더 있어요.
양성식 형사(배성우)에게 저승사자 능력을 넘겨주는 김상훈(김대명)의 이야기는 웹툰 [아파트]의 내용이에요. 웹툰 [조명가게]에 형사는 카메오로 등장하는데, 드라마에선 [아파트]의 인물과 스토리를 가져와 작품의 한 줄기를 완성했죠. 
 
그러니 <조명가게>의 쿠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원작 웹툰으로 치면 [무빙], [타이밍], [아파트]의 주인공들인 셈입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완벽한 강풀 유니버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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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무빙

디즈니<무빙>드라마, 휴머니즘 가득한 초능력 액션히어로들(무빙 뜻,등장인물,출연진정보)

드라마 조명가게

조명가게 의미와 등장인물 캐릭터 출연진 총정리(웹툰, 드라마 스포일러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