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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셰린의 밴시> 그냥 네가 싫어졌어, 그 한 마디

오늘의 영화

by 채플린과코엔 2023. 3. 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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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재치있고 충격적인 그러나 깊은 관계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는 매일 오후 2시에 만나 섬의 하나뿐인 펍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 파우릭이 인생 친구 콜름에게 하루아침에 절교 선언을 당하면서 이들의 모든 것이 바뀌게 되는 이야기다.

 

파우릭은 콜름이 왜 더 이상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지 이해힐 수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 연인에게 일방적으로 버려졌을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그런 상황이 오면 당연히 '나를 좋아하기는 한 거야, 아니면 나 혼자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라고 착각한 거야?'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관객들은 둘 중 한쪽에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절교를 선언한 콜름의 단호함과 파우릭의 마음의 상처 중 누구에게 더 공감하게 될까.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사건이지만 그래서 코믹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 소소한 시작은 인생을 논한다.
 
영화 속 파우릭과 콜롬의 관계에는 겹겹이 존재하는 폭력의 문제, 부재의 연속인 대화와 지켜지지 않는 약속들이 있다. 절교 선언으로 인해 충격과 상처를 받는 파우릭과 그에게 뚜렷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 콜롬의 관계성과 태도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인간관계를 경험해 본 누구나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니셰린의 밴시>는 친구 맺기와 팔로우, 손절과 차단, 맺고 끊기가 쉬워진 시대에 관계에 대한 답이 아닌 물음을 던지는 영화다. 
 

콜린 파렐과 마틴 맥도나 감독의 세 번째 만남, 걸작의 탄생

비장하지만 어설픈 킬러들의 재치 있는 대사와 예측불가능한 이야기로 영국 아카데미 각본상,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킬러들의 도시>로 처음 만났던 마틴 맥도나 감독과 콜린파렐은 5년 후 <세븐 사이코패스>로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등 각종 상을 수상하며 서로의 페르소나가 되었다. 

 


평범한 캐릭터를 특별하게 만드는 위트와 희극과 비극을 가볍게 오가는 마틴 맥도나 감독 특유의 각본 속에서 콜린 파렐의 섬세한 연기는 매번 빛났다.

10년 만에 이루어진 세 번째 만남에 마틴 맥도나 감독은 "콜린 파렐을 위해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말로 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고, 콜린 파렐 역시 "웃음이 터지는 순간 충격적인 대사가 나오고, 친절함과 외로움을 묘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그의 코미디는 어두울지라도 결코 비열하지 않다"며 그의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 작품 역시 베니스국제영화제,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등에서 수상을 이어가고 있고, 콜린 파렐은 30여 개의 연기상을 손에 쥐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97%, 눈과 귀와 마음을 흡족시키는 걸작


마틴 맥도나 감독은 평범하지만 소용돌이치는 이야기 속 적절한 유머 코드로 예측불가한 이야기를 탄생시키는 천재적 스토리텔러로 불리고 있다. 그가 창조해 낸 <이니셰린의 밴시> 속 두 남자 사이의 절교 선언을 둘러싼 이니셰린 섬의 다양한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는 코미디와 드라마를 오가며 관객에게 깊은 몰입감과 여운을 선사한다. 
 
아일랜드의 외딴 섬마을 이니셰린에서 여동생 시오반, 반려 당나귀 제니와 살고 있는 순진하고 상냥한 파우릭은 절친 콜름과 매일 오후 2시에 만나 마시는 맥주 한 잔과 수다면 행복하다. 콜름으로부터 예고 없는 절교 선언을 당하고 그의 일상이 뒤바뀌어 버린다.

집에 찾아가도, 말을 걸어도 무시하며 자신을 끊어내려는 콜름의 일방적인 결정을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 충격과 상처에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 콜름을 찾아가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그는 점차 슬픔, 외로움 분노의 감정에 빠지기 시작한다.

<더 배트맨>, <킬링 디어>, <신비한 동물사전> 등 대중성과 작품성을 갖춘 폭넓은 연기력으로 사랑받는 콜린 파렐이 파우릭으로 분해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바보같이 순수한 인물을 만들어냈다. 인생 친구의 갑작스러운 절교 선언에 슬픔과 상실감부터 분노에 휩싸이는 모습까지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제까지 파우릭과 인생 절친이었으나 돌연 절교를 선언하는 콜름. 진지하고 단호한 성격의 콜름은 앞으로 남은 삶을 바이올린 연주와 작곡 활동, 사색에 전념하며 보내기로 결정, 인생의 유작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한때 파우릭의 밝은 성격은 콜름의 숨통을 트이게 했지만, 이젠 그와의 수다가 시간 낭비로 느껴질 뿐이다.

예술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로 삼기로 마음먹으면서 이니셰린 섬을 동요에 빠뜨리는 콜름역은 <어쌔신 크리드>, <서프러제트>, <엣지 오브 투모로우>, <해리 포터> 시리즈의 브렌단 글리슨이 연기했다. <킬러들의 도시>에서부터 호흡을 맞춘 감독과 두 배우의 오랜 친분은 영화 속 친숙하고도 현실적인 우정에 사실감을  더한다. 
 
이 작품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캐릭터는 아일랜드의 아름답고 광활한 자연이다. 이 영화의 촬영지는 아일랜드 서부 해안에 위치한 이니시모어, 이니시만, 이니시어섬에서 진행되었다. 신화에 나오는 것 같은 공간을 원했던 마틴 맥도나 감독은 풍경의 장엄함, 일몰의 아름다움, 거침없는 폭풍우 등을 보여주며 가장 아름다운 아일랜드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또한 영화에서 파우릭은 미니어처 당나귀, 작은 조랑말, 소 두 마리, 송아지를 정성껏 돌본다. 영화 속 등장하는 동물들은 동물 조련사의 감독 하에 섭외하기도 하였으나, 원래 섬에 사는 동물들 역시 자연스럽게 출연하며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완성해 냈다.
 
<이니셰린의 밴시 The Banshees of Inisherin>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4분
2023년 3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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