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개의 밤> 비밀스럽고 내밀한 밤이 던지는 관계에 대한 질문

불시착한 도시에서 맞이한 하룻밤이 빚어낸 삶과 관계의 균열

영화 <여섯 개의 밤>은 여행 중 뜻밖의 목적지에 불시착한 여섯 인물의 내밀한 하룻밤을 다룬다. 영화의 영어 제목 레이오버(Layover)는 경유지에서 24시간 이내에 환승하는 항공편, 일시적인 체류를 뜻한다. 엔진 결함으로 낯선 도시에 불시착한 뉴욕행 비행기의 승객은 레이오버 호텔에 묵게 된다. 결혼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는 예비부부, 진심을 터놓고 나누지 못하던 모녀, 낯선 상황이 주는 끌림으로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젊은 남녀까지 여섯 명이 잠들 수 없는 밤과 마주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2022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우연한 착륙이 빚어내는 삶의 균열과 봉합을 보여준다. 한국 독립영화 대표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우아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는 레이오버라는 설정에 처한 각기 다른 인물들이 여행 전까지는 전혀 예상하거나 알지 못했던 결과와 맞닥뜨리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들이 뜻밖의 밤을 지내는 동안 영화는 내밀한 관계의 이면을 깊게 파고든다. 낯섦과 설렘, 비밀과 진실, 폭로와 고백이 요동치는 여섯 개의 밤이 지나면 미처 알지 못했던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결국 살아가는 것이나 인간관계의 문제는 스스로 직면해야만 답을 찾을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 <여섯 개의 밤>은 2018년 첫 연출작 <내가 사는 세상> 이후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꾸준히 조명해 온 최창환 감독의 작품이다. 몰입감 높은 현실적인 스토리로 깊은 여운을 주는 그의 연출 감각이 강길우, 강진아, 김시은, 변중희, 이한주, 정수지의 연기 앙상블로 완성도를 높였다. 
 

관계의 이면을 맞닥뜨리는 여섯 명의 캐릭터

규형은 해외 취업을 꿈꾸는 예비 신랑이다. 결혼을 앞두고 뉴욕에 있는 부모님께 인사드리기 위해 연인 지원과 비행기에 올랐다. 뉴욕을 방문하는 김에 잡은 취업 미팅 때문에 지원과 풀리지 않는 오해가 생긴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과 <더 글로리>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강길우가 규형을 연기했다.
 
지원은 공연기획자로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예비 신부. 규형의 부모님께 인사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다. 레이오버 하던 밤, 규형이 자신과 상의 없이 이민을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실망한다. 연극, 드라마, 영화에서 믿음직한 연기를 보여주는 김시은이 연기했다. 
 
유진은 암 수술을 받기 위해 뉴욕으로 향하는 엄마 은실과 비행에 동행한다. 큰 수술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엄마를 진정시키며 옆에서 살뜰히 보살피지만, 선을 넘는 엄마의 행동에 오랫동안 묻어왔던 감정이 폭발하고 만다. <한강에게>, <태어나길 잘했어> 등의 작품으로 독립영화의 대표배우로 성장한 강진아가 유진 역을 맡았다. 
 
은실은 수술을 받기 위해 아들이 있는 뉴욕으로 떠나는 중년 여성. 아들 부부의 무관심에 서운함이 폭발해 딸 유진에게 괜한 화풀이를 한다. 문제의 밤 유진에게 예상치 못한 사실을 듣게 된다. 39년간 교직에 있다 교육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한 배우 변중희가 은실 역을 맡았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을 수상해 최고령 수상 기록을 세운 독립영화가 발견하고 키워낸 라이징 스타다.
 
선우는 홀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청년이다.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은 수정에게 첫눈에 반해 호텔에서 말을 건다. 위스키 한 잔을 시작으로 예기치 못한 하룻밤을 보낸다. 뮤지컬 배우이자 다양한 독립영화에 출연해 영화배우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이한주가 선우 역을 맡았다.
 
수정은 뉴욕에 살고 있는 유학생.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뉴욕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우연히 만난 선우와 뜻밖의 하룻밤을 보낸다. 수정 역의 정수지는 배우로서 활발한 활동을 함은 물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한 감독이기도 하다. 
 
여섯 개의 밤 The Layover / 감독 최창환 / 출연 강길우, 강진아, 김시은, 변중희, 이한주, 정수지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81분 / 개봉 2023년 3월 29일